
넷플릭스와 쿠팡플레이에서 볼 수 있는 영화 '세 자매'를 보고 왔다. 2021년에 개봉한 영화인데 나는 왜 몰랐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삼 남매라서 그런지 형제, 자매 관계 속에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고 재미있고, 웃기고, 잔인하면서 답답하고 슬픈 감정까지 느꼈다. 개인적으로 영화가 끝나고 나면 여운이 진하게 남는 인상적인 영화였다.
세 여자가 각자의 상처를 마주하는 <세 자매> 줄거리
완벽한 척,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가는 이들 세 자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막내 미옥은 무례한 철부지 같지만 진심으로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 한다. 자신에게는 마음을 열지 않는 아들이 전처와는 친밀하게 연락을 주고받는 걸 알면서도 아들을 다그치지 않고 남편 앞에서 아들 편을 든다. '엄마'란 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그녀의 넋두리가 철없게 들리지만은 않는다. 둘째 미연의 삶은 완벽해 보이지만 사실 그녀의 안정된 삶은 믿었던 남편의 외도로 인해 파괴되기 일보 직전이다. 그녀의 일상이란 반듯하게 정돈되어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균열되기 시작한 얼음장과 같다. 첫째 희숙은 세 자매 중 가장 힘겨워 보인다. 경제적으로 어려운데 남편은 그녀에게서 돈만 뜯어낸다. 괜찮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그녀가 막무가내 딸에게 담담하게 내뱉는 말은 관객의 마음을 울린다."엄마가 암에 걸렸다. 무섭다" 시종일관 미안해하고 상대방의 눈치를 보는 듯한 표정으로 일관하던 희숙이 딱 한번 보여준 자신만의 즐거움을 탐닉할 때에 그 낯선 표정이란 기괴하면서도 묘한 울림을 준다. 게다가 그 즐거움이란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는 것이라니 그녀가 왜 그래야만 하는지 궁금증을 자아내며 관객은 그녀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미연은 시종일관 우아함과 침착함을 잃지 않으려 한다. 심지어 남편의 외도 장면을 직접 목격한 직후에도 그녀는 꽃꽂이 성가대 지휘를 해낸다. 분노와 절망, 여자로서의 자괴감이 무너진 복합적인 감정을 꾹꾹 눌러서 담아내는 배우의 표정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그저 괴짜인지 아니면 의뭉스러운 건지 헷갈리게 하는 미옥의 천연덕스러움은 영화 전반에 걸쳐서 활력을 불어넣는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상당한 울림을 주는데 각자의 상처를 마주하는 이들이 서로의 손을 맞잡을 때에 따스한 온기와 함께 싹트는 희망을 보게 된다. 삶에 대한, 상처에 대한 영화의 태도를 잘 보여주는 장면은 마지막 생일잔치인데 갈등이 마침내 폭발하고야 마는 아버지의 생일잔치에서 희숙은 처음으로 크게 소리를 지른다. 그녀의 외침은 곪았던 상처를 터트리기보다는 그냥 봉합해 버리자는 서글픈 넋두리처럼 들린다. 마치 삶이란 그냥 그런 것이니까 우리는 그저 아닌 척, 괜찮은 척 살아가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이다.
영화 등장인물
개성 있는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연기가 빛이 났다. 근사한 대학교수 남편과 어여쁜 자녀들, 그리고 큼지막한 아파트를 갖고 있는 완벽해 보이는 여자 '미연'역의 문소리, 그녀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칼같이 단정한 신앙생활은 그녀의 품위를 증명하는 것 같다. 이렇게 얼핏 완벽해 보이는 그녀에게는 두 자매가 있다. 미안하다는 말을 달고 사는 언니 '희숙'역의 김선영, 그녀는 늘 아픔을 속으로 삭이기만 하는데 하나뿐인 딸은 소통도 쉽지 않은 데다 밖에서 무슨 사고를 치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그녀는 암선고를 받는다. 그런데도 늘 괜찮다고만 한다. 별로 안 괜찮은 것 같은데도 말이다. 막내 '미옥'역의 장윤주는 한때 대학로 연극계에서 활동했던 작가로 유명하지는 않다. 그녀의 남편은 첫 결혼이 아니다. 전처에게서 낳은 아들과는 잘 지내려 하지만 그게 쉽지는 않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 하지만 알코올중독에 가까운 술버릇이 있는 데다가 철없는 행동으로 사고를 치기 일쑤다. 그녀는 불쑥불쑥 둘째 언니 미연에게 전화를 걸어서 주사를 늘어놓거나 난처하게 만들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둘째 언니를 곧 잘 따르는 것 같다.
충격적인 결말
이들 세 자매의 상처는 사실 그 뿌리가 깊고 내밀하다. 어린 시절 첫째 희숙은 아버지에게 학대를 당했다. 물리적인 폭력을 당하고 억압과 학대 속에서 자란 희숙은 아픔을 잊기 위해 스스로에게 '괜찮다 괜찮다' 최면을 걸었는지도 모르겠다. 둘째 미연은 언니가 학대당하는 걸 보면서 남들 앞에서 자신을 포장하는 법,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행세하는 방법을 어린 시절부터 체득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신앙생활은 그녀에게 좋은 도피처이자 연극무대가 되었던 것 같다. 미연은 독실한 집사인데 다른 사람을 위해 기도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강압적인 식사기도, 감정에 치우친 찬양과 통성기도,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나는 관계들, 가정폭력을 일삼다가 장로가 된 남자 이 모든 것들은 마음 아프지만 어쩔 수 없이 인정할 수밖에 없는 오늘날 기독교의 민낯일 것이다. 세 자매는 앞으로의 삶이 결코 순탄해 보이지는 않는다. 희숙의 병은 치료될 수 있는 것인지 앞으로 그가 얼마나 힘겹게 병마와 싸워야 할지 영화는 또렷이 말해주지 않는다. 그간의 삶의 궤적으로 미루어볼 때 희숙의 상황은 녹녹지 않아 보인다. 힘겹기는 미연도 마찬가지인데 남편의 외도 때문에 미연의 삶에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생겼고 그 상처가 얼마나 더 미연의 삶을 쥐고 흔들지 예상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앞으로 미연은 교회에서 얼마나 더 가식적인 모습을 보여야 할까? 그리고 그 마음속 허망함이란 얼마나 스스로를 아프게 할까? 막내 미옥은 세 자매 중 그나마 가장 희망을 머금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알코올중독에 가까운 그녀의 술버릇이 과연 고쳐질지, 과연 그녀는 아들과 원만한 관계를 이뤄나갈지, 정말로 그녀가 원하는 대로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지 낙관할 수만은 없다. 그럼에도 영화는 그저 칙칙하거나 염세적이지만은 않다. 영화가 마지막으로 갈수록 진실을 감춰왔던 만큼 충격적인 결말이었는데 사과하라며 아버지에게 소리치는 미연, 마침내 그녀가 오열하고 말 때 세 자매가 감내해야 했을 내밀한 상처가 떠오르면서 관객 또한 함께 울게 되는 것 같다. 영화는 우리에게 나지막이 위로를 건네는 것 같다. 서로를 그리고 스스로를 속이고 살아가야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인생이 상처를 마주하는 진실된 태도는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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