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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브로커> 줄거리 및 인물관계도와 결말 해석

by 미드섬머23 2023. 2. 4.

영화 브로커 포스터

작년 칸 경쟁부문 공식 초청작 영화 '브로커'는 일본의 유명한 '고레에다 히로카즈'감독이 처음으로 한국에서 촬영하고 연출한 작품으로 2022년 6월 개봉작이다. 남편과 내가 좋아하는 '아이유'가 출연한 영화라서 더욱 보고 싶었던 영화인데 영화관에 직접 가서 보지는 못해서 조금은 아쉬웠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이제 우리랑 행복해지자 <브로커> 줄거리

'브로커'는 중개인이다. 무언가를 구매하려는 사람과 판매하려는 사람 사이에서 오직 정보만을 제공하고 연결해 주는 사람이다. '상현'과 '동수'는 버려진 아기를 입양이 곤란한 사람들에게 파는 인신매매범이다. 상현은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범죄를 은닉하기 위한 위장 업체 같은 것이 아니라 진짜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 사장님이다. 세탁소에서 얼룩을 지우고 옷을 수선하듯이 버려진 아기들의 새로운 가정을 찾아주어 신분을 세탁하고 부모와 연을 이어주고 있다. 비가 쏟아지는 어느 날 밤, 갓난아기를 버리는 '소영'의 뒷모습. 그런데 생각보다 빨리 돌아온 아기 엄마. 뭔가 곤란해진 '상현'과 '동수'는 그녀를 설득하는데 다행히 '우성'이와 다시 만난 '선아(소영)'의 동의하에 마침내 아기를 팔러 가는 한 팀이 꾸려지고, 이들을 멀리서 지켜보는 형사들. 걱정들을 뒤로한 채 우선 첫 번째 고객부터 만나러 떠나는 세 사람. 첫 거래 파투 후 갈 곳 없어진 그들은 자주 가던 보육원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다음 날 새로운 고객을 만나러 가는데 차 맨 뒷좌석에 몰래 탄 꼬마 '혜진'. 허술하기 짝이 없는 브로커들은 얼렁뚱땅 다시 여행을 시작한다. 세차장에서 혜진의 실수로 창문을 열어서 온통 젖었던 이 순간만큼은 아이를 팔러 왔다는 사실을 잊은 채 너무나도 행복해 보이고 그렇게 서로의 거리감이 조금은 줄어들었는지 이제야 진짜 이름을 밝히는 소영. 특히 영화의 중후반부 소영이 담담하게 전하는 '태어나줘서 고마워'라는 대사는 영화가 담는 인물들의 삶과 메시지처럼 강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물론 상현이 말하는 "이제, 우리랑 행복해지자"는 말도 빈말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도대체 어떤 이유로 떠났다가 왜 다시 돌아온 건지 신비주의 콘셉트 제대로 잡은 그녀 앞에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형사들. 과연 유사 가족의 결말은 어떻게 전개될지?

영화 인물관계도

복합적인 시선으로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그려내는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한국영화로 배우들만 봐도 벌써 기대가 되었는데 친가족도 아니지만 가족 같은 이 영화의 복잡한 인물관계도를 보면 아주 흥미롭다. '상현'역을 연기한 '송강호'는 소탈한 인간미를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있어 불법적인 행동을 반복하는 그의 모습은 이중적인 마음을 가지고 보게 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선악의 공존을 특유의 자연스러운 말투와 여유로운 태도로 잘 전달했다. 어렸을 때 어머니에게 버려진 상처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지만 '우성'의 어머니인 '소영'을 보며 그 이유를 찾고 위안을 얻으며 성장하는 역할로 한층 섬세하고 싶은 감정 연기를 보여준 '강동원'은 '동수'역을 맡았다. '수진'역을 연기한 '배두나'는 차분하게 영화의 차가운 시선을 대변하며 수진의 관점을 녹여냈다. '나의 아저씨'를 통해 감독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고 기존의 가수 '아이유' 이미지와는 다른 거칠지만 서툰 엄마 소영의 모습으로 극찬을 받으며 칸 여우주연상 후보로도 언급된 소영역을 맡은 '이지은', 영화의 또 다른 든든한 기둥이 되어주는 '이형사'역의 '이주영'까지 배우들이 실시간으로 편집본을 직접 피드백하며 한국어의 묘한 뉘앙스를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해서 그런지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톤에 감탄했다. 거대한 박스 속에 버려지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브로커는 우리가 아닐까?

결말 해석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특유의 매력이 담긴 또 하나의 가족 영화가 한국에서 탄생했다. 2022년 제75회 칸 영화제의 경쟁부 무문에 초청되었으며 배우 '송강호'가 이 작품으로 그 해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한국인으로서는 최초이며 동양인으로서는 세 번째로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영화를 보고 나면 많은 생각이 들고 싱숭생숭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는데 이번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는 내가 좋아하는 '대화'라고 느꼈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은 제도나 규칙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어서 모두가 모여 관심을 가지고 대화를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 속 '상현'과 '동수'가 나쁜 아동 인신매매 브로커 같아 보이는가? 브로커는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해 주는 직업이기 때문에 사실상 '소영'과 동행하기 전까지는 브로커라고 보기 어려웠다. 영화가 시작되고 제목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 조용히 나타나는 타이틀 '브로커'는 마치 실로 이어진듯한 모양으로 쓰여있다. 물론 선의만으로 하는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돈만 보고 팔아치우는 마냥 나쁜 사람은 아니다. 그럼 그는 왜 이런 일을 할까? 상현의 세탁소 차 뒷문을 똑바로 닫히지 않는다. 요령껏 닫아야 하고 그래도 자꾸 열려서 앞자리에 줄을 연결해 놓고 수시로 닫아야 한다. 결국 도로에서 열린 뒷문 때문에 경찰이 차를 세운다. 차 뒷문이 열러서 짐이 떨어지면 다른 차가 위험하기 때문인데 차 뒷문이 망가진 것은 개인의 사정이므로 공권력이 상관하지 않는 일이다. 그러나 그 개인적인 일이 다른 사람의 안전에 위협이 되면 그제야 개입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망가진 차 뒷문은 미혼모, 고아, 전과자, 빚쟁이 등 개인에게 주어진 문제들이다. 그 문제들이 터져 나와 소영의 '살인'같은 사고가 터지면 경찰들이 나타나 뒷수습을 하려 든다. 상현은 이런 문제들을 차 뒷문을 닫듯이 요령껏 또는 줄을 매달아 고정하는 편법을 사용해서 막아내는 사람인 것이다. 입양이 안 될 아이들과 입양을 못하는 부부들을 연결하고, 동네 청년 '태호'가 안 좋은 길로 나가지 않도록 설득하고, 가족이 필요한 '동수'와 가족처럼 지내는 그의 행동들이 모두 뒷문을 틀어막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차장에서는 창문을 열면 안 되는 것이 규칙인데 '혜진'이는 그 룰을 깨고 창문을 열어버린다. 그러자 이상하게도 모두 웃고 행복해하는데 내가 고를 수도, 통제할 수도 없는 주어진 삶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고통을 벗어날 수 있다는 감독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장면이었다. 동수가 말했던 '우산'의 의미는 틀을 벗어난 삶들을 지켜줄 우산을 만들기 위해서는 모두가 모여 대화를 하고,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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